교회협 신학포럼 ‘한국전쟁 70년, 교회의 과제’에서 제시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신학위원회는 6월 12일 오후 기독교회관 조에홀에서 ‘한국전쟁 70주년, 민족화해와 한반도 평화를 위한 한국교회의 과제’ 포럼을 가졌다.

이날 포럼에는 홍승표 교수(감신대 외래), 최형묵 목사(교회협 정의평화위원장), 이문숙 목사(교회협 여성위원회), 김희헌 목사(기장 평화공동체운동본부 집행위원장)가 발제자로 나서 △한국교회의 한국전쟁 인식과 역사적 반성 △분단 이데올로기와 한국교회의 신학(신앙) △분단체제, 젠더관점에서 본 한국교회 △민족화해와 한반도 평화를 위한 교회의 소명을 주제로 각각 발표했다.

이날 포럼에서 홍승표 교수는 한국전쟁으로 형성된 교회의 정체성이 △반공주의 △물신주의 △숭미(친미)주의 △정교유착 △교회분열이라고 짚었다.

홍 교수는 한국 개신교의 반공적 정체성은 1920년대 일제강점기부터 좌익세력의 반기독교운동의 경험 속에서 태동, 발전하였으며, 해방과 분단을 거치며 강력한 반공의식을 지닌 월남 그리스도인들이 남한교회에 유입 정착하는 과정에서 공산주의를 반민족적이고 비국민적인 ‘사탄’과 동일하다는 의식을 공유하고 교조화 했다고 설명했다.

또 기독교의 반공 노선을 통해 자유민주주의의 수호와 기독교적 가치를 일체화해야 함을 주장하며 기독교적 국가건설을 주장했는데, 이러한 반공주의는 한국전쟁의 경험을 통해 확고 불변하는 신앙적 차원의 지배 이데올로기로 자리매김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러한 공산주의·사회주의에 대한 공포와 결합된 본능적인 혐오와 적대의 정서는 이후 한국교회와 사회 속에서의 소수의 목소리나 다양성을 용인하지 않는 폭력성과 억압기제로 작동하기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홍 교수는 “‘빨갱이’로 언표된 차별의 언어는 또 다른 차별을 합리화하고 확대재생산하는 근거이자 메카니즘이 되었다”며 “오늘 한국교회에 만연한 반공주의와 혐오, 적대의 정서를 그리스도의 복음과 열린 신앙을 통해 극복해야 할 역사적 책임과 과제”라고 짚었다.

최형묵 목사도 “남북 분단 체제하에서 분단체제를 정당화하는 이념인 ‘분단 이데올로기’가 문제되는 것은 이것이 끊임없이 또 다른 ‘분단’ 이데올로기를 조장하고 양산하는 기반이 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최 목사는 “분단 이데올로기는 우리 사회에서 강력한 ‘반공주의’로 표현되는데, 문제는 이것이 남북간 체제 대결의 이념에 그치지 않고 사회 내 여러 차별의 논리를 정당화하는 밑바탕이 되고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예컨대 ‘빨갱이’ 또는 ‘종북주의자’라는 규정은 모든 합리적ㆍ윤리적 판단을 정지시키는 효과를 발휘하고, 그렇게 특정한 대상을 비인간화하는 논리는 다른 사회적 소수자들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된다고 최 목사는 설명했다.

최 목사는 “유감스럽게도 한국 기독교가 이러한 반공주의를 공고히 하고 확산하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맡고 있다”며 “바로 이 점에서 한국 기독교는 사회적 평화와 남북의 평화를 이루는 데 기여하기보다는 갈등과 대립을 조장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최 목사는 한기총의 태동과 오늘날 쇠퇴 또한 반공주의와 밀접하다고 말했다.

1988년 교회협이 ‘분단과 증오에 대한 죄책고백’(88선언)을 한 이후 1989년 한기총이 결성된 것은 88선언을 배경으로 하고 있음을 언급하면서, “한기총을 비롯한 보수 기독교 세력의 지지기반이 사실상 무너지고 있는 현상은 극단적인 분단 이데올로기가 더 이상 광범위한 설득력을 지니지 못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문숙 목사는 “분단상황을 발판삼은 독재정권의 위세는 국민들을 군사주의 질서에 순응하도록 순치하고, 총화단결과 일사불란함을 요체로 하는 전체주의 사회를 구축해갔다. 이 같은 군사주의의 작동은 남성지배적 가부장제와 얽혀 여성들에게는 이중의 굴레가 되었다”며  “한국교회는 이분법적 선악관 혹은 근본주의적 성서해석의 토대와 전쟁의 피해의식의 토양 위에 반공이데올로기와 분단적 사고, 군사적 문화를 거침없이 이식했다는 점에서  목회자와 신도간의 지배-복종이라는 위계는 독재정권 환경에서 비판의 대상이 되지 않았고, 여신도들은 가부장적 문화 속에서 본사하고 헌신하는 역할만을 무조건적으로 받아들이거나 잠잠히 견뎠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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