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례자의 영성은 미안하지만
나이나 그의 목회 경력에서 나오지 않는다.
수려한 언변이나 외모에서도 아니다.
그의 인생 존재에서 우러나오는 깊은 힘이다.”

 

▲ 최종인 목사
평 화 교 회 담임

최근에 두 곳, 장례식과 결혼식에 참여한 적이 있었다. 자리에 앉아서 은혜도 받고, 또 생각도 많았다. 결혼식장에서나 장례식장 또는 예배의 회중들은 집례자의 태도와 집례방식에 따라, 그리고 그들이 조성하는 분위기에 따라 감동을 달리 체험하게 된다. 예식 집례와 일상의 삶은 사실 연결되어 있다. 예식을 거행하는 집례자의 삶의 양상은 예식에서도 그대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가볍게 사는 사람은 집례 시에도 가볍다. 그러나 항상 진중하게 사는 사람은 예식 집례 시에도 가볍지 않다. 예식 집례자의 자세나 태도는 그의 일상의 삶을 투영하는 것이다.

잘 되는 교회에서는 감동적인 예식을 많이 경험한다. 물론 반복되는 예배나 결혼식, 장례식과 같은 예식에서 매번 은혜와 감동을 받기는 쉽지 않다. 처음에는 신선하게 느껴지는 예식도 시간이 흐를수록 비슷하고 익숙해지므로 감동이 지속되기 힘들다. 그래서 목사들은 반복되는 예식을 새롭게 해보려고 애쓰고 노력한다. 물론 예배나 예식을 통해 얻는 은혜는 참여자 개인의 상황, 마음가짐, 신앙 등에 좌우되기도 한다. 예식에서 참여자도 물론 중요하지만, 예식을 집례하는 집례자가 더욱 중요하다.
정장복 교수가 번역한 토마스 레쉬만(Thomas Leishman)의 책 <웨스트민스터 예배모범>에 설교자에게 주는 권고가 있다. 첫째, 주님의 일을 소홀히 하지 말 것, 둘째, 말씀을 정확하게 이해하여 그 의미를 회중에게 전달할 것, 셋째, 자신의 영광보다 주님의 영광과 회중의 구원을 위해 일할 것, 넷째, 교리를 지혜롭게 권면하고 설득할 것, 다섯째, 말씀을 전달할 때 목사와 목회를 경멸하게 만드는 목소리와 행동과 표현을 삼갈 것, 여섯째, 회중에 대한 애정을 갖고 일할 것, 일곱째, 가르치는 모든 것이 진리가 되도록 회중의 모범이 될 것 등이다. 설교자 또는 집례자는 선포하는 메시지도 중요하지만 선포자의 자세나 역할도 중요하다는 것을 조언하는 것이다.

잘 되는 교회는 분명히 특징이나 장점이 있다. 오늘의 주제인 집례자에게 집중하자면, 그들 교회 목사는 감동적인 집례자이다. 주일예배뿐 아니라 회중들이 적게 모이는 새벽이나 금요기도회에도, 심방 중에도 참여한 회중에게 은혜를 준다. 그런 목사는 장례식도 쉽게 집례하지 않는다. 처음에 인사하면서 들어설 때부터 가족들과 참여한 조문객들에게 잔잔한 위로를 준다. 결혼식 주례를 맡아도 마찬가지다. 등단할 때부터 회중들에게 기대감을 주고, 한 순서 한 꼭지를 진행할 때마다 탄성이 나오게 한다. 그런 집례자는 예식을 집례 할 때, 회중들을 존중한다. 일상에서 배어난 예절이 있다. 그리고 작은 멘트라도 쉽게 말하지 않는다. 곱씹고 또 곱씹어 꼭 필요한 말을 마이크가 아니라 그의 삶을 통해 나오게 한다.

노련해 보이지만 자만하지 않아 보이고, 자주 집례 하는 것처럼 익숙하지만 타성에 젖은 듯한 모습이 아니라 오늘 처음 집례 하는 것처럼 매우 신중하고 조심스럽다. 스스로 장인처럼 보이려는 사람이 있고, 아마추어처럼 겸손하게 행동하지만 프로패셔널한 집례자가 있다. 두말할 것 없이 후자가 사람들에게 감동을 준다. 감동을 주는 집례자에게는 감화력이 느껴진다. 자연스러우면서도 전혀 기교를 부리는 것처럼 보이지 않는다. 집례자의 영성은 미안하지만 나이나 그의 목회 경력에서 나오지 않는다. 수려한 언변이나 외모에서도 아니다. 그의 인생 존재에서 우러나오는 깊은 힘이다. 집례자는 자주 단에 서지만, 당사자에게는 일생에 한번뿐인 기회이다. 집례자는 대상과 회중에게 은혜와 감동을 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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