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 형 은
성락성결교회 담임목사,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
대표회장

사람은 희망을 먹고야 산다. 살아온 과거가 제아무리 찬란하고 영광스러웠어도 지금 이후에 걸어갈 길이 꽉 막혀있다고 생각되면 사람은 살지 못한다. 그러나 반대로 지나온 시간들이 죽을 정도로 어려웠고 지금 서 있는 현실까지 힘겨워도 앞으로 좋아질 거라고 확신하면 얼마든지 견딘다. 문제는 지금 이후의 시간에 대한 전망이다. 그래서다, 사람이 희망을 먹고 산다는 것 말이다.

희망은 어디에서 오는가? 흔히들 현실적인 어떤 상황에서 희망의 끈을 찾으려 한다. 자연스러운 일이다. 어디 비비고 기댈 언덕이 있어야 희망을 가질 것 아니겠는가. 희망이란 단어의 사전적인 뜻은 어떤 일을 이루거나 하기를 바라는 것 또는 앞으로 잘 될 수 있는 가능성이다. 말하자면 미래를 긍정적으로 보는 마음과 그런 힘이다. 뭐 어떻게 되겠지 하면서 요행을 바란다든지 우연한 성공을 기대한다면 그것은 희망이 아니라 망상일 것이다. 어떤 가능성을 되도록 구체적으로 확신하고 실천의 용기를 갖는 것이 희망의 구조다.

기독교에서 말하는 희망은 종종 현상적인 상황과 관계없이 작동한다. 아니 정확하게 말한다면 기독교의 희망은 상황(Context)이 아니라 근원(Urtext)에서 나온다. 여기에서 근원은 하나님의 말씀인 성경을 가리킨다. 성서의 모든 본문이 십자가 사건을 중심한 예수 그리스도에 관한 증언이니 근원은 예수 그리스도를 가리킨다. 사람이 경험할 수 있는 모든 절망의 바닥은 십자가이고, 그 바닥없는 바닥은 죄로 말미암는 영원한 죽음이다. 예수 그리스도가 부활로써 이를 극복하셨다. 여기가 바로 희망이 솟는 시원(始原)이다.

지금 우리 앞에 열린 새해가 어떠할 것인가? 우리 사회가 걸어갈 길을 희망과 불안의 두 영역으로 나눈다면 올해 우리의 길은 둘 중 어느 쪽 영역에 속한다고 보는가? 우리가 살아온 날들이 매양 그런 것처럼 희망과 불안이 어느 정도 섞여 있겠지만 그래도 둘 중 어느 기운이 더 많은가 생각해보라. 이런 논의에서 정치적인 입장을 갖고 있는 사람들 얘기는 시답잖다. 여당 쪽이면 긍정적이라고 얘기할 테고 야당 쪽이면 부정적이라고 할 것이다. 모든 선거가 그렇듯이 올해의 총선에서도 경제 상황이 여야의 득표율에 영향을 끼칠 것이다. 인터넷 망으로 퍼지는 불확실한 정보나 가짜 뉴스에 미숙하게 동조하는 사람들 얘기도 마찬가지다.

멀지 않은 과거와 현재의 상황을 객관적으로 면밀하게 분석해서 올해의 희망 지수를 예측하는 사람들 얘기는 귀 기울여 들어야 할 것이다. 핵무기와 북한의 생존 전략, 미국의 대선과 우리나라, 한반도 관련 6자회담 당사국들과 동아시아의 상황, 중국의 굴기와 이를 봉쇄하려는 미국의 인도 태평양 전략, 강대국 위치를 고수하려는 일본의 몸부림과 한일 관계, 우리 사회의 정치 지형의 변화 등 각 분야의 전문적인 분석과 이 모든 것을 통섭의 시각으로 바라보는 통찰력이 절실하다.

그러나 더 절실하게 중요한 것은 희망과 절망, 희망과 불안 중에서 어느 것을 선택할 것이냐는 삶의 의지다. 사망의 음침한 골짜기에서도 결코 희망하기를 포기하지 않겠다는 결심과 미래가 결국 좋아질 것이라는 강렬한 생존 욕망이 미래를 결정짓는 중대한 요인이다. 역사는 미리 결정된 것이 아니고 우연의 산물도 아니다. 역사는 사람이 만들어 간다. 어떤 역사든 그 역사를 걸어온 사람들의 책임이다. 창조주가 사람에게 자유의지를 주셨으니 사람은 자신의 삶과 그 사회 현상에서 책임적 존재가 된다. 희망을 선택하고 희망으로 자신을 던지는 책임 말이다. 이것이 역사 속을 걸어가는 사람에 대한 기독교의 가르침이다.

구한말 이후 우리 근대사에서 갈등이 없었던 때는 없었다. 그러나 큰 흐름에서 보면 우리나라는 계속해서 발전해 왔다. 백 수십 년이 그래왔는데 올해에 심각하게 퇴보하리라는 예단은 상식적으로 볼 때 어리석다. 객관적인 분석의 지표가 부정적이더라도 긍정의 힘으로 뚫고 나가야 할 것 아닌가. 우리 삶이니 말이다. 그리스도인과 교회가 희망의 시원(始原)인 말씀의 신앙을 붙잡고 우리 사회의 미래를 먼저 희망하자. 우리에게 열린 새해는 결코 놓을 수 없는 희망이다. 올해를 마무리하는 시간에 희망으로 걸어온 우리를 돌아보며 함께 축배를 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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