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해영 목사
사)샘물장애인복지회 대표
샘물교회 담임

일주일에 세 번 투석실에 다닌 지 4년 6개월이 지나간다. 전신이 마비된 상태의 몸을 가지고 세 번의 투석을 감당해야 하는 정 집사님의 모습이 안쓰럽다. 집에 가는 것이 소원인 정 집사님이 집에 언제쯤 갈 수 있는 거냐고 묻는데 대답할 말이 없다. 몸이 좋아져 집에 가더라도 보호자인 아내가 몸이 좋지 못해 정 집사님을 돌 볼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러니 어찌 해야 하냐고 묻지만 답이 보이지 않는다.

젊은 시절, 아내는 아파도 남편을 위해 헌신을 했었다. 그런데 지금은 자신의 몸이 아프고 지치니까 이제 남편 돌보는 일이 버겁기 시작했다. 어떤 때는 남편과 같이 요양 병원에 같이 들어가고 싶은데 남편도 욕창이 심하여 요양병원에서도 안된다고 거절하고, 아내도 지금 상황에서는 등급을 받을 수 없어서 요양병원도 갈 수 없다고 한다.

누가 이 아내에게 돌을 던지겠는가. 그녀는 그 동안 최선을 다하여 전신마비 장애인인 남편을 지극 정성으로 보살펴 왔기 때문에 할 말이 많다고 했다. 사람들은 그런 남편을 요양병원에 보내는 것에 대하여 부정적인 말들을 하는 사람도 있지만 어떤 이들은 남편이 마음 편하게 아내를 놓아 주어야 된다는 사람들도 있다.

한 때는 사랑해서 결혼을 했는데 세월이 가고 몸이 아파오니까 지쳐버린 이 상태를 어찌해야 한단 말인가. 이럴 때 같이 짐을 나누어 질 수 있는 곳이 없다는 사실이 안타깝다. 이분은 전신이 마비되었고 투석을 일주일에 세 번 해야 하고 욕창이 심하여 병원이 아니면 관리가 안 되는 몸이다. 그러니 희망이 좀처럼 보이지 않고 힘든 시간이 많아진다.

병원에 갈 때마다 기도한다. 본인도 이제 미련 없이 가고 싶어 한다. 병원에 갈 때마다 기도하기를 “주님, 이 영혼을 주님이 이제 받아 주소서. 본인도 힘들고 보호자도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 주님이 아시기에 이제 그만 생명을 주님 품에 안아 주소서.”

하지만 주님은 침묵 하고 계신다. 아직 천국 시민으로 영혼이 알곡으로 익지 못해서 그런가, 아니면 담임목사의 기도가 약해서일까. “주님, 알려 주세요.”

전심마비로 사신 지 44년, 투석 받기 시작한 지 5년이 되어간다. 얼마나 많은 시간들을 병상에 누워 보냈으며 때론 서글픈 눈물을 흘렸다. 그 심정은 주님 많이 알거라 생각 한다. 눈물 흘리는 정 집사님 앞에 마땅히 위로의 말을 찾지 못해 침묵의 시간을 가졌었다. 간절히 주님께서 치유해 주시기를 간구했지만 주님은 그 기도에는 응답이 없으시다. 그것은 ‘살아 있는 이웃들의 몫이다’라고 하는 것만 같다.

병원에 면회를 다녀왔다. 낙엽이 다 떨어진 집 앞 감나무 가지에 달려 있는 감을 두고 만찬을 즐기는 새들의 노랫소리가 정겹게 들리건만 끝 모를 퇴원의 희망을 부여잡고 오늘도 투석실에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정 집사님의 모습과 대조를 이룬다.

누구나 어찌해 볼 수 있는 아픔이 있는 거지만 정 집사님의 아픔만큼 큰 아픔과 외로움을 가진 사람이 또 어디 있을까? 대림절 기간을 지나고 있는 지금, 주님의 탄생의 기쁨과 더불어 이 아픔도 치유되는 놀랍고 기쁜 일이 정 집사님 가정에 임하기를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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