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협 언론위원회 선정, 장해랑 교수 대표 필자로 소개

▲ 영화 주전장 포스터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총무 이홍정) 언론위원회(위원장 임순혜)는 7월의 ‘(주목하는) 시선’에 “다큐멘터리 <주전장>의 시선”을 선정했다.

언론위원회는 7월 25일 개봉한 <주전장>을 ‘이 달의 시선’으로 선정하면서 현재 진행 중인 ‘NO 일본’ 운동의 하나로 ‘<주전장> 상영관 전국 확대와 2회 이상 관람하기’를 제안했다. 극일을 위해선 현재 일본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과 그것의 의미를 제대로 알아야 하는데, <주전장>이 그것을 명확히 보여주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주전장>은 30대의 일본계 미국인 미키 데자키 감독이 만든 다큐멘터리 영화다. 전쟁의 주 전장터(主戰場, The main Battleground Of the Comfort Women Issue)란 뜻으로 일본 우익들이 ‘위안부 전쟁의 주전장은 미국’이라고 말하는 데서 따왔다.

일본에서 영어강사를 하던 데자키 감독은 2013년 <일본에는 인종차별이 있나요?>란 영상을 유튜브에 올렸다가 극우파의 공격을 받는다. 감독은 1991년 김학순 할머니를 최초 보도한 우에무라 다카시 전 아사히신문 기자와 딸도 일본우익들에게 이들이 자살할 때까지 몰자고 협박당한 사실을 알게 된다. 위안부문제에 대해서 그저 일본인이 끔찍한 일을 저질렀다 정도로 이해했던 감독은 ‘위안부문제는 아베와 일본우익들에게 왜 이토록 중요한가’란 의문을 갖게 된다.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그는 3년간 한미일 3국을 취재하며 30여명을 인터뷰 해 위안부 논쟁을 통해 베일에 쌓여있는 극우세력의 숨겨진 의도, 아베정권의 검은 실체를 밝혀낸다. 극우파들이 펼치는 궤변과 망언은 분노와 실소를 자아내지만, 다큐멘터리는 최근 전개되는 일본의 수출규제 보복의 뿌리가 어디에 닿아 있는지 하나하나 실타래를 풀어나간다.

다큐멘터리는 강제징집, 성노예, 20만, 일본 정부 책임 등의 키워드를 중심에 두고 우익인사들과 역사학자들 사이의 논쟁을 꼬리를 물며 교차시킨다. 그러면서 어디까지가 강제의 범위이고 일본정부의 책임인지, 성노예의가 정의를 어떻게 내려야 하는지, 20만이라는 통계를 어떻게 봐야 하는지를 돌아보게 하고 납득시킨다. 치열한 논쟁을 따라가다 우리는 일본우익의 실체를 드러내는 황당한 발언을 만난다.

진실을 덮으려는 교과서 검열,
언론검열, 미국을 향한 선전활동


다큐멘터리는 위안부 문제를 덮으려는 아베 정부와 우익들의 수단을 교과서 검열, 언론검열, 미국을 향한 선전활동으로 풀어낸다. 1993년 위안부 강제동원과 일본정부의 책임을 인정한 고노 관방장관 담화, 1995년 종전 50년을 맞아 식민지지배와 전쟁범죄에 대한 공식사과로 인정되는 무라야마 총리 담화 이후 1997년 모든 중학교 교과서에 위안부문제가 실렸다.

하지만 아베정권의 집요한 정치공세와 새로운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 등 우익의 활동으로 2012년 완전히 교과서에서 사라졌다. 우익은 ‘일본 교과서가 왜 나쁜 역사를 가르쳐야 하나, 교과서는 좋은 것만 가르쳐야 한다’고 주장한다. 다큐멘터리는 공영방송 NHK가 어떻게 정치권과 연계돼 위안부문제를 축소하고 왜곡했는지 보여준다. 일본우익은 주전장을 미국으로 확대했다.

2013년 7월 30일 국외 최초로 소녀상이 설립된 미국 캘리포니아 글렌데일 시에는 당시 100여명의 일본인이 소녀상 건립 반대 격렬한 청문회를 열었다. 이들은 검증하기 어려운 미군부대의 문서를 나열하며 심지어 소녀상의 배후에는 중국자본의 검은 음모가 도사리고 있다고 주장한다. 나아가 일본우익은 미국인 유튜버를 지원하거나 미국인 기자를 매수, 여론을 바꾸려 노력한다. 일본우익의 미국을 향한 선전활동은 미국인이 위안부문제를 바라보는 관점을 바꾸면 세계역사를 바꿀 수 있다는 믿음에서 온다. 우익은 위안부문제의 주전장은 미국이라 믿는다. 미국인 2세인 감독이 쉽게 우익들과 인터뷰할 수 있었던 것도, 이 다큐멘터리의 이름이 주전장이 된 것도 그 때문이다.

일본 우익의 위안부 부인 배경엔 ‘국가는 절대 틀릴 수 없고, 절대 사죄하지 않는다.’ ‘일본인, 일본 사람들이 그렇게 나쁜 일을 했을 수가 없다’는 선민사상이 있다.

“정직한 일본인들은 학교에서 거짓말하지 말라고 배운다. 반면 속임수가 판치는 나라인 한국·중국의 학생들은 속지 말라고 배우지 않느냐.”

이들에 따르면 일본인은 정직하고 한국인·중국인은 거짓말쟁이다. 우익 주장의 또 다른 배경은 야스쿠니 역사관이다. 우익 정치인들은 A급 전범들을 신으로 모시고 있는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한다. 아베 총리도 2012년 재집권하고, 2013년 공약이행이라며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했다.
 

정의보다 자국의 이익을 우선한
미국의 입김


감독은 다큐멘터리 후반에 일본우익이 발아하게 된 배경을 미국의 이익에서 찾아낸다. 미국은 2차 대전 후 냉전에 대응하기 위해 전범들을 다시 정치무대로 끌어들였다. 미국은 1957년 A급 전범이었던 기시 노부스케를 미일안보동맹의 카드로 면죄부를 준다. 총리가 된 그는 일본 자민당 일당체제의 산파역할을 자임하며 그로부터 평화헌법 개헌과 신군국주의를 키워나갔다. 기시 노부스케로 상징되는 우익의 꿈은 총리 임명직전 급사했던 아들 아베 신따로, 그리고 외손주 아베 신조 총리로 이어진다.

아베는 약관의 나이로 메이지유신의 본향이자 우익 정치세력의 심장인 야먀구치현 국회의원에 당선된다. 그의 일성은 ‘개헌을 반드시 성사 시키겠다.’였고 여전히 그의 꿈은 '아름다운 일본의 찬란한 부흥(욱일)‘이다.

다큐멘터리는 이때부터 과거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은 현재의 일본이 만들어졌다고 밝힌다. 그러면서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은 미국의 한일관계 개선 압박 하에 이루어져 식민지배 불법성, 일제강점기의 심각한 인권침해를 다룰 수 없었고, 2015년의 한일 일본군 위안부 협상배경도 놀랄 만큼 한일협정과 비슷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오늘 현안에 위안부 문제보다, 정의보다 자국의 이익을 우선한 미국의 입김이 있었음을 적시한다.
 

왜 이 영화인가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김학순 할머니의 눈물로 줌인하며 오래 여운을 남긴다. 감독은 ‘너희 일본’의 반성과 우리의 각성을 동시에 촉구한다.  

“일본 위안부을 기억하는 것은 그들을 추모하는 것이며 그것은 언젠가 그분들의 정의가 구현되는 희망을 뜻한다. 또한 인종차별, 성차별, 파시즘과 맞서 싸우는 것을 뜻한다.”

감독은 위안부, 징용배상 두 사안 모두 인권의 문제라 인식한다. 하지만 현실은 갈 길이 멀다. 일본은 여전히 교과서와 미디어에서 소녀상의 배경을 알려 주지 않아, 한국이 일본을 자극하기 위해 만들었다 여긴다. 감독은 최악의 이야기, 과장된 이야기에 초점을 맞추지 말라 당부한다.

오히려 일본우익들이 주장에 박차를 가하게 할 뿐이며 건강한 일본인들과의 공감대와 연대를 형성할 기회도 박탈시킨다고 말한다. 개인과 기업과의 개인인권 민사는 아베정부에 의해 경제보복과 국가 간의 외교문제로 비화시켜 한·일간 전쟁이 벌어졌다. 아베는 ‘한국이 먼저 일본을 공격했으니, 자신들의 조치가 옳다’고 여론전을 편다.

<주전장>은 일본계 미국인이 만든 잘 만들어진 다큐멘터리다. 영화는 오늘 전쟁의 전체 그림과 우익들의 뿌리와 실체를 있는 그대로 드러낸다. 극일은 지일에서 온다. 실상을 눈으로 보고 몸과 가슴으로 체험해야 한다. 오늘 언론위원회가 ‘다큐멘터리 <주전장>의 시선’을 7월의 시선으로 선정하고 ‘상영관 전국 확대와 2회 이상 관람하기’ 캠페인을 세상에 제안하는 이유다.

NCCK 언론위원회의 ‘(주목하는) 시선’에는 김당 UPI뉴스 선임기자, 김덕재 KBS PD, 김주언 열린미디어연구소 상임이사, 심영섭 경희사이버대 겸임교수, 장해랑 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 교수, 정길화 MBC PD, 한홍구 성공회대 교수 등이 참여하고 있는데, 이번 달의 필자는 장해랑 교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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