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승호 / 홍성사 편집팀

지하철 7호선 광명사거리 역. 4번 출구를 빠져나와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걷는다. 웬만한 지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그만그만한 가게들이 이어지고, 어디선가 봤음직한 교회 건물도 보인다. 계속 걷다가 인도 폭이 좁아질 무렵, 책들이 가지런히 꽂힌 진열장이 멀리서도 시야에 들어온다.

지난번에 왔을 때는 책들이 비스듬히 꽂혀 있어, 그 특이한 모양새가 고객의 시선을 끄는 장치인가 했다. 사장님께 물어보니, 그 사이 인테리어를 약간 바꾸었다고 한다. 해질 무렵이면 달라진다는 실내조명은 푸근함을 느끼게 한다. 작지만 정갈하고 소담스러운 내부, 왼쪽 벽면 위쪽으로는 보는 이를 편안하게 하는 수채화가 몇 점 걸려 있다.

그 아래쪽으로, 특이하게 포장된 꽤 많은 책들이 색다르게 꽂혀 있다. ‘생일문고’. 도쿄의 한 서점에 있는 ‘생일문고’(본보 2016년 12월 28일자, 필자의 글 “선물을 고르며”에서 소개)를 대할 때의 신선한 충격이 여운처럼 남아 있는데, 문고판으로만 짜인 그 생일문고와는 확연히 다른 점들이 느껴진다. 문고판이 아니라, 그냥 쓱 보기에도 다양한 책들이 모여 있다. ‘○월 ○일’, 책에서 발췌했을 인상적인 구절들(이상 앞표지), 해쉬태그와 함께 명시된 책의 장르와 키워드들…(이상 뒤표지) 나름 매우 공들인 포장에다 디테일한 부분까지, 고객을 배려하는 마음씀씀이와 섬세한 손길이 느껴온다. 내 생일에 해당하는(=나와 생일이 같은 작가의) 책은? 지난번엔 재고가 없었는데, 오늘은 비치되어 있다. 아직 미처 포장을 못했다고 한다.

다른 매대에 꽂힌 책들을 살펴본다. ‘어! 이 책… 아아, 이 책!’ 하는 느낌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언뜻 잘 모르는 책이라도 자세히 보면 고개가 끄덕여지는 것들이다. 연륜에 비해 남다르게 다가오는 사장님의 안목과 눈썰미가 궁금해진다. ‘나름 한 분야에서 미친 사람의 책’이 선별의 중요한 기준 가운데 하나라고 한다. 원하는 책을 사러 오는 서점보다는 ‘생각지도 못한 책들을 원하게 되는 서점’이기를 바란다는 말도 충분히 공감이 간다. ‘이런 책을 책임편집 했더라면…’ 하는 생각이 내내 남아 있는 제임스 S. 게일(Gale) 선교사의 《조선, 그 마지막 10년의 기록 1888~1897》(최재형 역, 2018)을 샀다. 새 책인데도 정가에서 10% 할인된 값이다(대형서점과 뚜렷이 차별화되는 점이다!).

올가을 첫돌을 맞는 이 책방에서는 나와 같은 날 태어난 작가의 책, 책방에 방문한 날 태어난 작가의 책을 만나볼 수 있다. ‘같은 날짜’에만 의미가 있는 게 아니라, 책 자체가 조금은 특별하게 느껴질 만한 것들이다. 내가 잠시 머무는 동안에도 한 젊은 커플이 들어와서 생일 문고에 대해 문의하며 책들을 둘러본다. 지난달 열린 서울국제도서전에는 독립 부스로 참여했는데, 의외로 많은 관람객이 몰려들어 북새통을 이루었다고 한다.

이 책방(www.starbookshop.com) 가까이에는 행정복지센터, 초등학교, 장애인종합복지관과 어린이집이 있다.

지역 사회와 소통하며 지역 문화를 활성화하는 데 책방이 뭔가 기여할 방법은 없을까? 아직 생각을 구체화하진 못했지만 조심스럽게 구상 중이라 한다. 밤 9시가 지나 문을 닫은 책방 입구에는 자그마한 별 하나가 빛나고 있다. ‘내일을 꿈꾸는 선물처럼 다가오는 책’ 속의 많은 이야기를 간직한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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